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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시에 대기업 브랜드 아파트가 적은 이유

by 편집자R 2022. 9.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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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시들을 가만히 살펴보면 대기업 건설사의 브랜드 아파트가 유독 적은 게 보일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대기업 브랜드라는 것은 래미안, 힐스테이트, 자이, 푸르지오, 더샵, 롯데캐슬 등... 의 브랜드 아파트를 칭하는 것이다.)

이 이유에 대해서 간략히 설명하고자 한다.

 

신도시에서는 보기 힘든 대기업 브랜드 아파트 예시

그 이유는 중견 건설사들의 벌떼 입찰로 인한 것이다.

벌떼 입찰에 대해 이해하기 위해선 먼저 신도시의 개발 방식에 대해 알고 넘어가야 한다.

신도시 개발은 LH공사에서 신도시 대지 전체를 공공택지로 조성한 후 그중 일부를 LH공사가 직접 아파트를 지어 올리고 나머지 일부 대지를 민간에게 재판매하는 방식으로 신도시를 개발한다.

 

여기에서 나머지 대지, 즉 땅을 민간에 재판매하는 방식이 바로 추첨을 통해 재판매하는 것에 벌떼 입찰로 인한 부작용이 생겨난다.

추첨에 참여할 수 있는 제한 사항은 "최근 3년간 300가구 이상의 주택건설 실적"이 필요하다.

즉 반대로 말하면 "최근 3년간 300가구 이상의 주택건설 실적"만 있으면 어떤 건설사든지 추첨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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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떼 입찰이란 이런 허점을 교묘히 이용하여 다수의 계열 건설사를 동원하여 추첨에 참여하는 것으로

예시를 몇 가지 보여드리겠다.

예시 1
LH가 2019년 11월 공모한 남원주 역세권 A-1블록에는 16개의 건설사가 입찰에 응모했다. 이 16개의 건설사 중에 9개가 호반건설의 계열사였다. 결국 호반 산업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 '티에스리빙주식회사'가 택지를 낙찰받았다.
예시 2
LH가 2019년 9월 공모한 오산세교 2 지구 A-09블록 입찰에 총 18개의 건설사가 입찰에 응모했는데, 이 18개의 건설사 중 12곳이 중흥건설의 계열사 였다. 결국 오산세교 2지구 A-09블록은 중흥건설 계열사가 입찰을 받아 중흥건설의 아파트 브랜드인 세교 중흥 S-클래스로 올해 분양될 예정이다.

 

벌떼 입찰을 통한 중견 건설사의 폭발적인 성장

중흥건설의 경우 올해 분양하는 아파트 1만 가구 중에 절반이 넘는 5600가구가 이런 공공택지에 지어지는 아파트로 벌떼 입찰을 통해 엄청난 성장을 하고 있다.

 

대방건설의 경우도 이런 벌떼입찰 방식으로 경기도 공공택지의 절반 가량을 입찰받아 기업의 총매출 1.6조 중 1조가 공공택지 개발에서 나오고 있다. 이러한 대방건설의 사례를 들여다보면, 입찰에 참여한 계열사 디비 건설은 대방건설에게서 양산 물금지구 사업을 넘겨받아 공공택지 입찰자격인 '3년간 300가구 이상' 건설실적 기준을 충족했다. 대방건설의 다른 계열사인 엔비 건설 역시 설립 2주 만에 전주 효천지구 사업을 디비 산업개발로부터 넘겨받아서 입찰기준을 충족시켰다.

 

이들 중견 건설사들은 입찰에 참여하여 낙찰을 받으면 계열사 간 내부거래를 통해 대표 건설사로 택지를 넘겨주는 방식을 통해 벌떼 입찰이 가능한 것이다.

 

왜 중견 건설사의 벌떼입찰이 문제?

그럼 왜 대기업 건설사들은 같은 벌떼 입찰로 상대하지 않고 중견 건설사들만 이런 횡포를 부리는 것인가?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브랜드 대기업 건설사들은 공정거래 위원회계열사 간의 내부거래를 통제하고 있어 이런 벌떼 입찰 방식을 사용할 수 없다. 따라서 대기업으로 분류가 되어 통제를 받는 자산 5조 미만중견 건설사들이 호랑이가 없으면 여우가 왕이라는 듯 자본력을 통해 시장을 점령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계열사를 통한 벌떼 입찰을 위한 페이퍼 건설사들은 5개 건설사(호반건설 36개, 우미건설 41개, 대방건설 43개, 중흥건설 47개, 제일건설 19개)가 많이 보유하고 있으며, 이 수많은 계열사들을 입찰에 참여시켜 당첨확률을 높이는 방법을 통해 위의 5개 건설사가 지난 5년 동안 LH공사의 민간 추첨 물량의 절반 가까이를 낙찰받아 가져 간 것이다.

 

과거 부동산 경기가 좋던 중 택지를 다수 낙찰받다 보니 회사도 폭발적인 성장을 기록했다.

중흥건설의 경우 2012년 업계 순위 347위에서 2021년 17위로 크게 성장했다.

호반건설은 업계순위 32위에서 13위, 제일건설은 56위에서 24위에 오르며 매출 1000억에 불과하던 회사가 매출 1조 원으로 10배가량 성장하는 등 5개 건설사의 건설업계 순위가 급상승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국토부와 LH의 입장, 그리고 새로운 중견 건설사들을 위한 경기도의 조례안

벌떼 입찰을 하는 일부 건설사들의 행태에 국토부와 LH양측에서는 모두 처벌과 조사권한이 없다는 답변만을 내놓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경기도 의회는 공공입찰을 위한 사전점검 항목을 삭제하는 조례 개정까지 발의하는 상황에 이르고 있다.

 

경기도의회는 '지역건설산업 활성화 촉진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발의했는데, 반복되는 실태조사로 인해 건설기업의 피로도가 증대됐다는 이유를 들어 사전점검항목에 있는 기술능력, 자본금, 시설-장비-사무실, 보증가능금액의 네 가지 항목 중 자본금과 보증가능금액 항목을 삭제하고, 사생활 침해가 발생할 수 있는 자료 일체를 요구할 수 없도록 명시하고 있다. (즉 계열사 관계, 가족관계 등을 너무 파고들지 않도록 방지하는 조례안 항목인 것이다.)

이에 더해 불공정 거래업체 단속을 위한 실태조사를 실시하는 경우 1년 이내에 조사받은 업체는 실태조사에서 제외하는 방안까지 명시되어 있다.

 

국토교통부는 올해부터 단속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에 있으나, 지방 중견건설사들과 지방의회가 한통속으로 있는 상황에 국통 교통부가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있을지 여부가 주목된다.

이러한 상황에 LH의 직원들도 개인 부동산 투자에만 신경 쓰는 것이 아니라 공사의 위치에 맞게 이러한 상황부터 잘 정리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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